감동글향기

◈ 어머니 당신은.. ◈

무루2 2017. 4. 30. 14:36


감동 글 향기 ~ 124



◈ 어머니 당신은.. ◈


  



스물 하나.
당신은 굽이굽이 험한 고개를 열두 개나 넘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박씨 집안 맏아들에게 시집을 왔습니다.

스물 여섯.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던 겨울날,
시집 온 지 오년 만에 자식을 낳고
그제서야 당신은
시댁 어른들한테 며느리 대접을 받았습니다.

서른 둘.
자식이 급체를 했습니다.
당신은 그 불덩이를 업고 읍내병원까지
밤길 이십 리를 달렸습니다.

마흔.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당신은 자식이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이면
자식의 외투를 입고
동구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마냥 기다리며
당신의 체온으로 덥혀진 외투를
돌아오는 자식에게 따뜻하게 입혀 주었습니다.

쉰 둘.
시리게 파란 하늘 아래 빠알간 고추를

말리던 가을날,
자식이 결혼할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당신은 짙은 분칠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식이 좋다니까
그저 좋다고 하셨습니다.

예순.
환갑이라고 자식들이 모처럼 돈 을 보냈습니다.
당신은 그 돈으로 자식들 보약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바빠서 오지 못한다는 자식들 전화에는
애써 서운한 기색을 감추시며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예순 다섯.
자식 내외가 바쁘다고 명절에 못 온다고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둘러앉아 만두를 빚으면서
평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아들이 왔다가 바빠서 아침 일찍 다시 돌아갔다고...

그날밤,
당신은 혼자 앉아서 자식들 사진을 꺼내 보십니다.


오직 하나.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며 평생을 살다가
이제 백발이 성성한 골 깊은 주름으로
그렇게 기억되며 떠나신 당신,

우리는..
그런 당신을 어머니라고 부릅니다.



來者님! 신명나는 인생길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