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 ■ 아문

◑“이미 일이 벌어졌을 때는”◐

무루2 2017. 9. 15. 18:19


如 是 我 聞 ~ 307



◑ “이미 일이 벌어졌을 때는” ◐

◑ 진우스님 ◐



발 많은 지네에게 물었다.
"지네야 너는 발이 많은데 어느 발부터 움직이는가?"
그 말을 들은 지네는 도무지 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사량분별(思量分別-생각)은 번뇌가 된다.

[덧붙임]
사람들은 즐거운 일이나 기쁜 일, 좋은 일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괴로운 일, 슬픈 일,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엄청난 부담을 가지고

지나치리 만큼 크게 걱정을 하며, 더구나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다.

좋은 일에 대해서는 더 좋은 것을 원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기쁨이 오래가지 못하고,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더 좋은 것을 원하는 마음이 큰 만큼 예기치 않은 충격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걱정 근심이 더 크게 느껴지게 된다.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이미 벌어진 일은,

일어날 일이 일어난 필연적인 것이기 때문에,

후회하거나 걱정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니,

냉정한 마음으로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화살을 맞아 죽어가는 사람을 놔두고 화살이 어디서 왜 무슨 연유로 날아왔는지

따지기만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선 환자부터 치료하고 살려야 되지 않겠는가?”

지네는 움직일 때 자신의 어떤 발부터 떼기 시작하는지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 왔다.
그러나 어느 발부터 움직이는지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더 이상 발을 떼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한다.

이와 같이 모든 일에 있어서도 너무 많은 생각을 하거나,

필요이상으로 시시비비(是是非非)와 이것이네 저것이네 하고

분별된 생각을 한다면 지네와 같은 처지가 될 소지가 많다 하겠다.

벌어진 일이 설령 나의 바램과는 별개로 일어났다고 해도,

그 원인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긴 결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니,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게 됐다고 하여 화를 내거나 필요 이상으로

과잉반응을 한다면 스스로를 힘들게 할 뿐이다.

따라서 이미 일어난 일이나 벌어진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리고 남의 탓을 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짓이다.

그리고 모든 일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요,

새옹지마(塞翁之馬)이니, 주야가 바뀌는 것처럼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구나 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아무튼 좋은 일은 좋은 대로 좋고, 좋지 않은 일은 좋지 않은 것이 지나가니 좋으니,

이 또한 괜찮지 않은가?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좋다 나쁘다 분별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잘 알아서 매사에 그저 무심한 마음으로

여여(如如)하게 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나무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