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 ■ 아문

◑ 금이 간 항아리 ◐

무루2 2017. 5. 13. 11:49


如 是 我 聞 ~ 263



◑ 금이 간 항아리 ◐



살짝 깨져 금이 간  못 생긴 물 항아리가 있었다

주인은 그 항아리를 물 긷는 데 사용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주인은 금이 간 항아리를

버리지 않고 온전한 물 항아리처럼 아끼며 사용했다.

 

'나 때문에 그토록 힘들게 길어 온 물이 조금씩

새 버리는 데도 주인님은 나를 아직도 버리지 않다니.'

깨진 항아리는 주인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어느 날 깨진 항아리가 주인에게 물었다.

"주인님, 왜 저를 버리지 않으시나요?

전 별로 쓸모가 없는 물건인데요."

 

주인은 아무 말 없이 물이 담긴 항아리를 지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어느 길에 이르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얘야, 우리가 걸어온 길을 보아라."

 

늘 물을 길어 집으로 돌아오던 길가에는

꽃들이 싱싱하게 피어 있었다.

 

항아리가 물었다.

"어떻게 이 메마른 산길에 예쁜 꽃들이 피었을까요?"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바로 네 몸의 깨진 틈으로 새어 나온 물을

먹고 자란 꽃들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