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향기

◈ 어느 어머니의 편지 ◈

무루2 2017. 4. 29. 08:30


감동 글 향기 ~ 17


◈  어느 어머니의 편지 ◈




미안하구나, 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來者님! 신명나는 인생길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