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향기

♧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

무루2 2017. 4. 18. 18:04


좋은 글 향기 ~ 61


♧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




자주 옷을 빨면

쉽게 해진다는 말에

빨려고 내놓은 옷을 다시 입는 남편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도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깨울까 말까 망설이며

몇 번씩 시계를 보는 아내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꽃 한 송이

꺾어다 화병에 꽂고 싶지만

이제 막 물이 오르는 나무가 슬퍼할까

꽃만 쓰다듬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딸아이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옷가게에 가서

어울리지 않는 옷 한번 입어 보고는

그냥 나오지 못해 서성이며 머리를 긁적이는

아들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봄비에 젖어 무거워진

꽃잎이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질까 봐

물기를 조심스럽게 후후 불어내는 소녀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 버린 그 한마디 말 때문에

헤어지고 싶지만 떠나지 못한 체 약속 장소로

향하는 여인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아이의 거짓말에

회초리를 들었지만 매 맞는 아이보다

가슴이 더 아파 회초리를 내던지고

아이를 끌어안는 어머니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가볍게 업을 수 있지만

업어 주면 몸이 더 약해져 다시는

외출을 못 하실 까봐,

 

등 굽은 어머니의

작고 힘겨운 보폭을 맞추어 걷는

아들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좋은 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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