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 ■ 아문

◑ 스님! 칠학년이 넘어가자 ◐

무루2 2017. 10. 5. 10:12


如 是 我 聞 ~ 320



◑ 스님! 칠학년이 넘어가자 ◐

◑ 원효사 심우실에서



태풍에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월 초하루 법회를 시작하기 전에

바람이 몹시 불고 날이 차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 납니다

 

난로를 켜자느니

안켜도 된다커니

갑론 을박이 한참인데

나도 켤까 말까 하는 갈등 속에

마침내 켜고야 말수 밖에 없는

한마디가  떨어 지고 말았습니다

 

스님! 칠학년이 넘어 가자

등골에 서늘한 바람이 훑고 지나가유

하는 한마디 말씀에

다른 보살님들은 괜찮다 하시는데도

난로에 점화를 하였으니

칠학년 덕분에 법당 안에 금방

화기가 돌아 갑니다

 

두런 두런 하시는 소리들 틈으로

언제 나이를 줏어 먹었기에

벌써 칠학년이 넘었는지 모르겠다며

서로간의 처지를 위로하시는 보살님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들이십니다

 

나이는 그렇게 칠팔십을 내다 봐도

우리 보살님들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어서

서로 한마디씩 하여 가면서

까르르 웃음 지으니

오늘 만약 팔학년이 한분 오셨다면

쯔쯔쯔 어린 사람들 하고는..

하고 혀를 찼을 것입니다

 

화요일에 봉행하는 저녁 제등 행렬에

가족들과 같이 꼭 나오시라고 안내하니

대체로 사오학년 보살님들은 나오실듯 한데

육칠학년 보살님들은 졸업 때가 가까워서인지

출석율이 저조할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 한번 궐하면

다음해에 다시 보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행렬은 못하시더라도 저녁 일찍 드시고 오셔서

휘황한 불빛을 구경하시며 부처님의 위덕을

찬탄하여 주십사 청하였습니다

 

한참때는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던

우리 삶에 있어서의 맨주먹의 주역들이

살만하니까 이제 한분 두분 스러져들 가시고

사대 삭신 백천 마디가 다

서로 서로 인연 맺은 끈을 풀어 버리려

여기 저기서 아우성이십니다

 

사대 삭신이야 돌아 갈 곳으로 돌아가지만

우리 보살님들 마음은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영원한 청춘이시기를 축원하였습니다

 

우리 부처님께서도

팔십여세의 노구를 이끄시고

열반에 드시는 날까지 한사람이라도

더 법을 들을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마지막으로 찾아 온 사람를 아난 존자가

부처님이 몸이 불편하시다는 이유로

친견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말씀을 듣고

 

우리 부처님께서는 아난아 그러지 말아라

그를 들여 보내 내가 만날수 있게 하여라

하시며 마지막 최후의 제자를 삼으시던 모습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조금 길지만 부처님의 자비와

한없는 사랑을 읽어 보세요

 



나무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