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 ■ 아문

◑ 얼마나 많은 진신 석가를 대하고도 ◐

무루2 2017. 9. 20. 08:02


如 是 我 聞 ~ 310



◑ 얼마나 많은 진신 석가를 대하고도 ◐

◑ 원효사 심우실에서 ◐



조선 중기에 사시던

진묵 대사의 일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진묵스님이 말년에

전주 봉서사에 주석하시던 때

시자와 함께 개울가를 거니시다가

문득 물가에 서서 물 속에 비친

당신의 그림자를 가리키며

시자에게 말하십니다.

"시자야 저것이 바로

석가모니불의 모습이다."

그러자 시자가 말씀 드리기를

"스님 아닌데요

이것은 큰스님의 그림자입니다."

그러자 스님은

"너는 나의 겉모습만 볼 줄 알았지

석가의 참모습은 모르는구나"

하며 탄식하셨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진신 석가를 대하고도

예사로 지나쳐 버리지는 않았는지요

 

초발심하신 분들의

부처님 전 절 올리는 모습을 보면

그 간절함과 정성스러움 속에

절하는 이가 바로 절 받는 이로구나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남니다

 

자신을 비우고 낮춘 곳에서

비로소 높아지려 하지 않아도

스스로 높아지는 도리가 있으니

그 하심의 공부가 오래 가면

마침내 공부가 순숙되어 가서

저절로 툭 트여 명백한 지경에

이르게 될것입니다

 

그런데 절에 조금 다니면서

출입에 자재하게 되기 시작하고

스님들과의 만남이 거듭되면

행동과 위의가 오히려 성글어지고

부처님을 대하는 것을 마치

의례적인 일 가운데 하나로

여기는 경향이 있으니

 

절에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아상만 높아져서 겉 모습만 불자일 뿐

속에는 자신이 만든 불교의 틀 속에

갇혀 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 절에 오는 분들이

앞서 다닌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익힐것이 없게 되어

퇴굴심을 내게 되는 경우가 생기므로

일거수 일투족을 여법히 행하는

불자들의 자세가 요구됩니다

 

우리가 매사에 모든 일을

불공하듯 간절한 마음으로 하고

만나는 이마다 부처님을 모신듯

마음을 새롭고 희유하게 하면

그 머무는 자리가 곧 도량이요

하는 일마다  거룩한 불사가 되리니

 

나는 지금 어떠한가

스스로를 돌아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모두를 부처님처럼 대하면

대하는 그 자신이 부처님이십니다

 

혹시 우리 집에 가족들이

영산회상의 불보살님 아니실까요


나무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