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自 警 文
율곡 이이

1. 先須大其志 以聖人爲準則 一毫不及聖人 則吾事未了
선수대기지(先須大其志) 이성인위준칙(以聖人爲準則)
일호불급성인(一毫不及聖人) 칙오사미료(則吾事未了)
먼저 그 뜻을 크게 가져야 한다.
성인을 본보기로 삼아서 조금이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하면
나의 일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2. 心定者言寡 定心自寡言始
심정자언과(心定者言寡) 정심자과언시(定心自寡言始)
마음이 안정된 자는 말이 적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은 말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3. 時然後言 則言不得不簡
시연후언(時然後言) 칙언불득불간(則言不得不簡)
제 때가 된 뒤에 말을 한다면 말이 간략하지 않을 수 없다.
4. 久放之心 一朝收之 得力豈可容易 心是活物 定力未成
則搖動難安 若思慮紛擾時 作意厭惡 欲絶之 則愈覺紛擾
숙起忽滅 似不由我 假使斷絶 只此斷絶之念 橫在胸中
此亦妄念也 當於紛擾時 收斂精神 輕輕照管 勿與之俱往
用功之久 必有凝定之時 執事專一 此亦定心功夫
구방지심(久放之心) 일조수지(一朝收之)
득력기가용이(得力豈可容易) 심시활물(心是活物)
정력미성(定力未成) 칙요동난안(則搖動難安)
약사려분요시(若思慮紛擾時) 작의염오(作意厭惡)
욕절지(欲絶之)칙유각분요(則愈覺紛擾) 숙기홀멸(숙起忽滅)
사불유아(似不由我) 가사단절(假使斷絶) 지차단절지염(只此斷絶之念)
횡재흉중(橫在胸中) 차역망념야(此亦妄念也)
당어분요시(當於紛擾時) 수렴정신(收斂精神)
경경조관(輕輕照管) 물여지구왕(勿與之俱往)
용공지구(用功之久) 필유응정지시(必有凝定之時)
집사전일(執事專一) 차역정심공부(此亦定心功夫)
오래도록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었던 마음을 하루아침에
거두어들이는 일은 그런 힘을 얻기가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마음이란 살아있는 물건이다.
정력(번뇌 망상을 제거하는 힘)이 완성되기 전에는 (마음의)
요동을 안정시키기 어렵다.
마치 잡념이 분잡하게 일어날 때에 의식적으로 그것을 싫어해서
끊어버리려고 하면 더욱 분잡해지는 것과 같다.
금방 일어났다가 금방 없어졌다가 하여
나로 말미암지 않는 것같은 것이 마음이다.
가령 잡념을 끊으려 할 때에 이 '끊어야겠다는 마음'이 가슴에
가로걸려 있기만 해도 이것 또한 망녕된 잡념이다.
마음이 분잡할 때에는 정신을 수렴하여 담담하게 관조하고
그 분잡함에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오래도록 공부해나가면 마음이 반드시
고요하게 안정되는 때가 있게 될 것이다.
일을 할 때에 전일한 마음으로 하는 것도
또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공부이다.
5. 常以戒懼謹獨意思 存諸胸中 念念不怠 則一切邪念 自然不起
상이계구근독의사(常以戒懼謹獨意思) 존제흉중(存諸胸中)
념념불태(念念不怠) 칙일절사념(則一切邪念) 자연불기(自然不起)
늘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생각을 가슴속에
담고서 유념하여 게을리함이 없다면, 일체의 나쁜 생각들이 자연히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6. 萬惡 皆從不謹獨生
만악(萬惡) 개종불근독생(皆從不謹獨生)
모든 악은 모두 '홀로 있을 때를 삼가지 않음'에서 생겨난다.
7. 謹獨然後 可知浴沂詠歸之意味
근독연후(謹獨然後) 가지욕기영귀지의미(可知浴沂詠歸之意味)
홀로 있을 때를 삼간 뒤라야
'기수에서 목욕하고 시를 읊으며 돌아온다.' 는 의미를 알 수 있다.
8. 曉起 思朝之所爲之事 食後 思晝之所爲之事 就寢時
思明日所爲之事 無事則放下 有事則必思
得處置合宜之道 然後讀書 讀書者 求辨是非
施之行事也 若不省事 兀然讀書 則爲無用之學
효기(曉起) 사조지소위지사(思朝之所爲之事) 식후(食後)
사주지소위지사(思晝之所爲之事) 취침시(就寢時)
사명일소위지사(思明日所爲之事) 무사칙방하(無事則放下)
유사칙필사(有事則必思) 득처치합의지도(得處置合宜之道)
연후독서(然後讀書) 독서자(讀書者) 구변시비(求辨是非)
시지행사야(施之行事也) 약불성사(若不省事)
올연독서(兀然讀書) 칙위무용지학(則爲無用之學)
새벽에 일어나서는 아침나절에 해야할 일을 생각하고
밥을 먹은 뒤에는 낮에 해야할 일을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에는 내일 해야할 일을 생각해야 한다.
일이 없으면 그냥 가지만 일이 있으면 반드시 생각을 하여 합당하게
처리할 방도를 찾아야 하고 그런 뒤에 글을 읽는다.
글을 읽는 까닭은 옳고 그름을 분변하여
일을 할 때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에 일을 살피지 아니하고
오똑히 앉아서 글만 읽는다면
그것은 쓸모없는 학문을 하는 것이 된다.
9. 財利榮利 雖得掃除其念 若處事時
有一毫擇便宜之念 則此亦利心也 尤可省察
재리영리(財利榮利) 수득소제기념(雖得掃除其念)
약처사시(若處事時) 유일호택편의지념(有一毫擇便宜之念)
칙차역이심야(則此亦利心也) 우가성찰(尤可省察)
재물을 이롭게 여기는 마음과 영화로움을 이롭게 여기는 마음은
비록 그에 대한 생각을 쓸어 없앨 수 있더라도
만약 일을 처리할 때에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처리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이것도 또한 이로움을 탐하는 마음이다.
더욱 살펴야 할 일이다.
10. 凡遇事至 若可爲之事 則盡誠爲之 不可有厭倦之心
不可爲之事 則一切截斷 不可使是非交戰於胸中
범우사지(凡遇事至) 약가위지사(若可爲之事) 칙진성위지(則盡誠爲之)
불가유염권지심(不可有厭倦之心) 불가위지사(不可爲之事)
칙일절절단(則一切截斷) 불가사시비교전어흉중(不可使是非交戰於胸中)
무릇 일이 나에게 이르렀을 때에 만약 해야할 일이라면
정성을 다해서 그 일을 하고 싫어하거나 게으름피울 생각을
해서는 안 되며 만약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면 일체 끊어버려서
옳으니그르니 하는 마음이 서로 다투게 해서는 안 된다.
11. 常以行一不義 殺一不辜 得天下不可爲底意思 存諸胸中
상이행일불의(常以行一不義) 살일불고(殺一不辜)
득천하불가위저의사(得天下不可爲底意思) 존제흉중(存諸胸中)
항상 '한 가지의 불의를 행하고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죽여서
천하를 얻더라도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슴속에 담고 있어야 한다.
12. 橫逆之來 自反而深省 以感化爲期
횡역지래(橫逆之來) 자반이심성(自反而深省) 이감화위기(以感化爲期)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치에 맞지 않는 악행을 가해오면
나는 스스로 돌이켜 자신을 깊이 반성해야 하며
그를 감화시키려고 해야 한다.
14. 非夜眠及疾病 則不可偃臥 不可跛倚 雖中夜 無睡思
則不臥 但不可拘迫 晝有睡思 當喚醒 此心 十分猛醒
眼皮若重 起而周步 使之惺惺
비야면급질병(非夜眠及疾病) 칙불가언와(則不可偃臥)
불가파의(不可跛倚) 수중야(雖中夜) 무수사(無睡思)
칙불와(則不臥) 단불가구박(但不可拘迫) 주유수사(晝有睡思)
당환성(當喚醒) 차심(此心) 십분맹성(十分猛醒)
안피약중(眼皮若重) 기이주보(起而周步) 사지성성(使之惺惺)
밤에 잠을 자거나 몸에 질병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눕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비스듬히 기대어 서도 안 된다.
한밤중이더라도 졸리지 않으면 누워서는 안 된다.
다만 밤에는 억지로 잠을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낮에 졸음이 오면 마땅히 이 마음을 불러 깨워 십분 노력하여
깨어 있도록 해야 한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리누르거든 일어나 두루 걸어다녀서
마음을 깨어 있게 해야 한다.
15. 用功不緩不急 死而後已 若求速其效 則此亦利心
용공불완불급(用功不緩不急) 사이후이(死而後已)
약구속기효(若求速其效) 칙차역이심(則此亦利心)
약불여차(若不如此) 육욕유체(戮辱遺體) 변비인자(便非人子)
공부를 하는 일은 늦추어서도 안 되고 급하게 해서도 안 된다.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다.
만약 그 효과를 빨리 얻고자 한다면 이 또한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다.
만약 이와 같이 하지 않는다면
(늦추지도 않고 서둘지도 않으면서 죽을 때까지 해나가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지 않고 탐욕을 부린다면)
부모께서 물려주신 이 몸을 형벌을 받게 하고
치욕을 당하게 하는 일이니 사람의 아들이 아니다.
자경문(自警文) (한국문집총간 44집 302쪽)
나무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