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향기

♧ 세월에게 ♧

무루2 2017. 4. 18. 15:21


좋은 글 향기 ~ 59


♧ 세월에게 ♧




내가 너를 평생 놓지 못하는 것은

나를 예까지 데리고 온 너의 정직한 발걸음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더할 나위 없이 네가 소중하지만

강물보다 빠른 너의 걸음이 한없이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그러나 나는 네가 잰걸음일 때나 황소걸음일 때나

단 한 번도 원망한 일이 없다.

 

너를 부정할수록 내가 늙어갔으므로

 

바람 한 줄기 불어 와 쓸쓸히 낙엽을 지울 때도

묵묵히 겨울을 준비하는 곧은 몸짓에서

나약한 나를 발견하곤 부끄럽기도 했다.

 

너를 따라 멀리 와 버린 지금

별빛 소슬한 고요에 누워

 

이렇게나마 침침해진 눈을 비빌수 있는 것도

금쪽같은 네 침묵의 덕이 아니더냐.


 

~도암/최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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